티스토리 뷰

달콤한 인생/달콤극장

밀정

우유수염 2017. 10. 5. 23:38

처음엔 재미 없을 것 같았다. 평온한 일상에서 쉬고 싶을 때 굳이 긴장감을 유발하는 첩보물을 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첩보물을 아주 안보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있을 때, 심심할 때는 찾아보게 되지 않았다. 같은 값이면 일상을 그리는 드라마가 좋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너무 많이 접했기 때문에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명절 특선 영화로 방영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송강호라는 배우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어딘지 모르게 항상 똑같은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극을 보면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 푸근하고 친근하지만 약간 예측 불가능한 가벼움이 느껴진다. 그건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매력이라서 송강호라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볼 때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그런 것은 다른 배우들에게서도 항상 느낀다. 그런데 이 사람은 조금 다르다. 본인이 가지는 기본 성격 위에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잘 얹는다. 택시운전사에서는 가볍게 농담을 던지는 유쾌한 사람이라는 기본 성격이 잘 나타났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 올바름이라는 가치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하는 진중한 모습이 나타났다. 관객들은 이러한 전환점에서 자연스럽게 그와 함께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변호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약간은 비굴하고 능청스러웠지만 꿋꿋하게 사는 모습를 잘 보여주었다. 그런 모습은 송강호라는 배우를 대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심상이다. 그것이 선입견이 되고 모든 배우들은 그 선입견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한다. 그런데 송강호라는 배우는 자신에 대한 심상을 매 작품마다 드러내면서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깨트린다.

밀정이라는 영화도 그러했다. 일본 순사가 되어 독립운동가들을 괴롭히는 사람으로 등장했다. 처음엔 다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송강호라는 주연배우가 일본에 부역하는 역할로 나온다면 당연히 첩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이 그렇게 끝나기를 기대한다. 자신의 기대가 언제 현실이 될 지 가늠하면서 영화를 볼 것이다. 그런데 밀정은 그 접점을 놓고 관객들과 밀고 당기기를 했다. 분명 이 사람은 나쁜사람이 아니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참 잘 만들었다. 감독과 배우와 작가가 모두 공을 들여서 잘 만든 영화였다. 결국 내가 예상한대로 결말이 지어졌다. 그러나 평탄하게 결론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긴장감을 가지고 갔다.

글의 시작부분에 말했듯이 첩보물을 애써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이 영화를 또 볼 것이냐고 묻는 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것이 내용이 부실하거나 못 만든 영화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는 시작하기는 어려워도 시작하면 끝까지 보게되는 그런 영화였다.       


밀정, 2016

 

Daum영화 <밀정>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고, 한 시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

movie.daum.net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