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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기간동안 갈 곳이 없어져서 어디를 다녀볼까 생각을 했다. 작년 추석연휴에는 부산여행을 다녀와서 좋았었는데, 그 때 생각이 나기도 해서 수원을 돌아다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카메라 들고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여행의 동선은 팔달문 시장에서 도넛을 사먹고 창룡문 앞의 열기구 사진을 찍은 다음 수원역으로 이동했다가, 거기서 서호공원으로, 그리고 화서역을 지나 성균관대까지 가는 것으로 잡았다.

98번 버스를 한 참 기다려서 탔다. 버스 안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구불구불 도시의 골목을 다 들러서 팔달문 (수원 화성의 남문)에 내렸다. 수원의 버스 노선은 서울과 달리 잘 정리 되지 않았다. 그래서 거의 모든 노선이 우르르 몰려 다니고, 또 각각 거의 모든 골목 정류장을 다 지나서 간다. 어떤 번호의 버스를 타더라도 수원역을 지나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승객의 입장에서 여러 번호의 버스가 거의 같은 길로 다닌다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져서 좋을 것 같지만, 사실 모든 버스가 굽이굽이 돌아가기 때문에 막상 타서 보면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지는 못한다. 영통구청에서 인계동까지 4km 정도의 거리이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과 걸어서 가는 시간이 비슷할 정도다. 하지만 오늘은 연휴라서 시간 여유도 있고 쫓기듯 여행하고 싶지는 않아서 느긋하게 팔달문으로 갔다.

팔달문 시장은 추석 전 날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나와있었다. 하지만 명절 분위기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 물건은 비쌌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정도는 아니었다. 계획대로 도넛가게에 가서 꿀빵 한 개를 사서 먹고 지동시장방향으로 걸어갔다. 멀리 열기구가 하늘로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창룡문, 연무대까지 걸어가서 열기구 사진을 더 찍고 싶었으나, 이미 출발 시간이 오후 늦은 시간이었고 가야할 거리가 꽤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서 이동하였다. 다음 목적지인 수원역을 향해서 걸었다. 팔달문에서 수원역은 팔달산을 옆으로 둘러 넘어서 수원 향교와 경기도청을 지나면 갈 수 있다. 팔달문에서 수원역 방향으로 걷다보니 도로 모양에 따라 삼각형으로 된 건물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돌로된 바닥과 건축물의 모양 덕분에 유럽의 어느 골목길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원역으로 가는 길에 낡은 건물이 한 개 있었다. 수원가족여성회관이었는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 외관에 비해서 건물 간판은 최근 것 처럼 보였다. 역시나 건물 옆의 안내판을 보니 옛 수원시청 건물이었다고 한다. 바로 앞에서는 사진 한장에 전부 담을 수가 없어서 건너편으로 넘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옛 수원시청과 경기도청 입구를 지나 수원역에 도착했다. 낮의 햇살이 뜨거워서인지 목이 마르고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수원역 앞 상가 골목에는 명절을 맞아 밖으로 나온 외국인들이 많았다. 명절이어서 회사는 쉬지만 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온 모양이었다. 수원역 지하보도를 건넌 후, 다음 목적지인 서호공원을 향해서 북쪽으로 걸었다. 수원역에서 잠시 쉬려다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쉬기보다는 호수가 있는 한적한 공원에서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호공원을 가는 길은 매우 한적했는데, 고등동 택지개발로 인해서 차량의 이동이나 사람의 이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로변은 모두 공사를 위한 큰 외벽이 세워져 있었다. 볼 것이 별로 없어서 빠르게 지나가다가 빨간 소파 두 개가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멈춰섰다. 어느 현대미술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고 다시 바삐 움직여서 서호 공원에 도착했다.

서호 공원은 철길을 건너서 가야했다. 육교를 타고 건너간 서호 공원은 예쁘고 푸른 공원이었다. 나무도 재밌게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호수 옆에는 무궁화가 피어있었다.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선선한 날씨에 맞춰서 나오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팔달문에서 서호공원까지 걸어왔기 때문에 약간 피곤했다. 그래서 호수 둘레길 (2 km)는 걷지 않기로 했다. 서호 공원 주차장에 도착한면 올림픽공원처럼 주차장 근처에 편의점이 있을 줄 알았다. 거기서 맥주 한 캔 사서 벤치에 앉아 쉬다가려고 했다. 그러나 철길 바로 옆이었고 철길 건너기 전에는 아파트 단지만 있었다. 가게가 있으나 연휴라서 쉬는 것이 아니라 아예 편의점조차 없었다. 시원한 맥주를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많이 아쉬웠다. 그나마 시원한 바람이 위로를 속삭여 주니 다행이었다. 잠시 앉았다가 마지막 목적지인 성균관대학교를 향해서 움직였다. 살짝 발이 아파서 버스를 타고 갈까 했는데, 여긴 산업도로인지 달리는 차들만 쌩쌩거리며 신날 뿐 버스도 거의 없었고 가게도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고 터덜터덜 걸었다. 한 참을 걷다보니 놀이터가 보이고 롯데마트가 보였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있는 공원 겸 놀이터와 대형마트였다. 오아시스 같은 마트에 들러서 맥주를 대신할 탄산음료와 시원한 물을 2병 샀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

맥주를 대신한 밀키스를 마시고 최종 목적지를 향해서 움직였다. 성균관대학교는 넓은 도로를 가로질러 건넌다음 바로 넓은 철길을 건너야 했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가는 길은 멀었다. 성균관대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거의 다 져물었다. 자연과학계열 캠퍼스여서 그런지 공과대학교의 느낌이 강했다. 건물들은 넒은 간격을 두고 떨어져있었다. 학교 안을 가볍게 둘러 본 뒤 정문을 통해 나왔다. 정문을 빠져나왔을 때는 주변이 너무 어두웠다. 주변에 건물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고 지나다니는 버스도 1개 노선 정도였다. 학교이름이 써있는 간판을 찍고 성균관대역 방향으로 걸어나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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