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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아무 약속도 없이 혼자 덩그러니 방 안에 남겨졌다.

할 일을 찾으면 좋겠지만, 당장 눈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음악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도 내키지 않았다. 얼마 전에 랩톱을 추가로 장만하면서 이전에 쓰던 데스크톱의 위치를 옮겼는데 그 안에 든 음악을 꺼내어 정리 한다는 것이 귀찮았다. 영화 감상을 위한 HTPC로 쓰려고 하다보니 키보드와 마우스 분리했고 그래서 그 안의 파일을 다루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영화 보기에는 좋은 구도가 되었으니 밀린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는 '해피 이벤트 (A Happy Event/Un heureux évenement)' 였다. 아기가 생기고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행복한 일상을 사는 부부에 대한 동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그리고 그 후의 변화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담긴 이야기였다. 소소하지만 동화라기 보다는 일기에 더 가까웠다. 주인공이 겪는 많은 경험들을 통해서 임신과 출산에 대하여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육아 과정에서 심신이 지치고 다툼이 늘어가는 모습도 보았다.

연애의 감정에 사로잡혀 갑작스럽게 아기를 갖기로 결정했으나 이후 겪게 되는 모든 일이 새롭고 두렵기만 한 주인공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았다.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거야.'를 외치던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에 대해 왜 '어머니'들은 자신의 딸들에게 사실적으로 말하지 않았는 지 궁금했다. 아이를 갖는 경험이 축복이고 행복이기 때문에 그랬을까? 아이를 낳고 나면 모든 것을 잊고 행복하기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면 딸들도 똑같은 고통을 느껴보도록 일부러 숨겼을까?

이야기는 격정적이지는 않았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잔잔히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평범한 부부의 평범한 일상에 함께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딸이 어머니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납득하면서 볼 수 있었다. 남편과 사이가 나빠져 이혼하고 두 딸을 키워온 어머니에게 딸이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힘든 것을 알면서 왜 우리들을 낳았는 지 궁금해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네 아버지를 사랑했고,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근사한 일이 아이를 낳아 함께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라고 말했다. 사랑이 인생의 모든 것인 여자의 삶이 가슴 속에 다가와 느껴졌다.



해피 이벤트 (2013)

A Happy Event 
8.4
감독
레미 베잔송
출연
루이즈 보르고앙, 피오 마르마이, 조시안 발라스코, 티에리 프레몽, 가브리엘 라주르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프랑스 | 109 분 | 201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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