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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달콤극장

울지마, 톤즈

우유수염 2015. 2. 8. 23:12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다시한 번 경이롭다. 신앙이란, 물리주의적인 인간의 특정 기능 중 일부가 발현하여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신념'이 학자들의 머릿속에 강인하게 자리잡은 현대에 이토록 하느님을 쫒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일요일 저녁, 너무도 외롭고 심심해서 한 쪽 구석에 먼지쌓이도록 꼭꼭 숨겨두었던 영화를 꺼내어 보았다. 어쩌면 눈물흘리지 않으려고 애써 다짐하면서 일부러 외면해 왔던 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오늘 저녁은 외로웠다. 언제든 내가 먼저 그녀를 떠나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H였는데, 어젯밤과 오늘 밤은 정말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일들도 손에 잡히지 않아 영화를 보았다.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결말도 이미 알고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 담담하게 보기로 마음 먹었다. 숭고한 삶에 대한 이야기들, 미담들을 처음 듣는 것도 아니니까 덤덤하게 보려고 했다. 그러나 기적을 현실로 바꾸었던 한 사람의 행적을 따라가는 동안 그와 함께했던 마을 사람들 모두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게 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 마을 사람들, 톤즈 사람들은 잘 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토록 그들의 마음을 울렸는 지 알 것 같았다. 영화를 통해서 그 사람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떠난 빈자리에 눈물이 떨어지는 것은 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사랑을 느꼈고 그래서 사랑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었다. 성당, 카톨릭은 싫었다. H들의 가식떄문에 싫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아닌 것 같다.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는 것 같다. 성자는 절대 못되겠지만, 되도록 이웃을 사랑하면서 살아보자. 불우이웃을 돕는 적극적인 행동이 안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화내지 않고 이해하고 미워하지 않는 소극적인 사랑부터라도 시작해보자.



울지마 톤즈 (2010)

Don't cry for me sudan 
9.6
감독
구수환
출연
이태석, 이금희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0 분 | 201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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