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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달콤책장

Wicked

우유수염 2009. 10. 23. 23:05

Wicked

- Gregory Maguire


그저 문득 지나는 책 소개 신문기사였는데,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초록색 책 표지에 그려진 초록마녀의 입술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그랬는 지도 몰랐다. 종로에서 약속시간을 기다리다가 지갑에 있던 문화상품권으로 바로 구매해 버렸다. 서점에서 직접 책을 구매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다시 생각해 봐도 신기했다. 조금 기다렸다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저렴하게 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갑작스럽게 책을 사버린 건 어쩌면 운명이었을 지도 모른다.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길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긴 시간동안 틈틈히 시간을 내어 책을 읽었다. 오즈의 이야기를 완전히 반대편에서 재해석한 내용인데 읽어 가는 동안 점점 더 재미있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도입부의 타임 드래곤 어쩌도 하는 이야기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마법이 존재하는 상상의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애써 모든 신의 존재를 일부러 부정하는 듯한 서술은 조금 거북했다. 그래서 처음엔 잘 읽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주인공인 엘파바가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는 동안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졌다. 엘파바는 불의에 맞서는 혈기 넘치고 총명한 학생이기도 하고,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여자이기도 했다. 똑똑하고 합리적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해지는 엘파바의 모습에서 학생, 서민, 소녀, 여자, 어머니의 모습이 묻어나왔다.

책은 오즈를 배경으로 사악한, 나쁜, 서쪽 마녀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서쪽 마녀는 나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기쁨, 열정, 환희, 배신, 사랑, 죽음을 겪는 평범한 사람이었을까? 엘파바는 아마도 후자였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감정 몰입을 더 촉진시켰던 음악이 있었는데, 에픽하이의 '우산'이라는 노래였다. 이별에 대한 감정을 담은 슬픈 노래였는데, 하필 피에로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는 부분을 읽을 때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가사의 내용이 가습에 꽂혀 어느 새 눈물이 눈가에 고였다. 비오는 날 엘파바가 우산을 쓰고 있었다면, 아마 그 노래의 가사처럼 보였을 것 같았다. 우산으로부터 바닥으로 떨어져 고이는 빗물들이 눈물과 뒤섞여 서로의 슬픔을 감싸안고 있었다. 그렇게 눈물과 빗물은 서로를 보듬어 주고 있었을 것 같다.



위키드. 1: 엘파바와 글린다

저자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1-09-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뮤지컬 '위키드'의 원작 소설! 약자의 편에서 권력에 맞선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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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2 : 서쪽마녀 이야기

저자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8-0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초록색으로 태어난 이상한 아이 엘파바가 학교를 뛰쳐나와 대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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