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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달콤쌉싸름

기본 교육 소집

우유수염 2008. 10. 16. 13:30

10월 16일 육군 논산 훈련소. 기본 교육 소집을 들었갔다. 어린 나이에 가는 것도 아니고 겨우 4주간의 기본훈련인데다가 부모님도 일이 바쁘시니, 혼자 연무대에 들어갔다.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약간 헤매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점심 먹을 시간을 남겨놓고 입소대대 앞에 도착했다. 배가 고파서 주변 식당을 둘러보는데, 다들 부모님들과 함께 식당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 현역들도 있는가봐. 현역들이라면 참, 부모님들의 가슴이 안타까울만하지.' 라고 생각하고 불쌍한 그들을 마음속으로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입소대대 입구 왼 편의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혼자 덩그러니 앉아 옆에 보라색 나이키 가방을 내려 놓고 그나마 저렴한 비빔밥을 주문했다. 잠깐 기다리는 사이 식사가 빠르게 나왔다. 그래서 슥슥싹싹 밥을 비벼 한 술 뜨는 데, 맞은 편 자리에 한 부자가 앉는 것이었다. 시간과 장소로 보아 입소를 앞두고 있는 같은 처지인 듯했다. 그런데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낙지전골을 시키는 것이었다. 한가롭게 식사를 하기엔 시간이 좀 없어보이는데 비싼 음식을 주문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비빔밥을 먹었다. 비빔밥을 먹고 있는데, 맞은편에 자리에 주문한 낙지전골이 나왔다. 음식이 나오자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아들에게 한 국자 떠 주면서 많이 먹으라는 얘기를 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빔밥을 한 숟가락 물고있던 얼굴에 눈물이 고였다. 밥 먹으면서 감상에 젖어 우는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아서 꼭 참았다. 하지만,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애써 태연하려해도 눈물이 참아지지 않았다. 아까운 밥을 남길 수는 없어서 꼭꼭 다 먹었다. 그리고 건강하게 무사히 잘 다녀올 것을 다짐하며, 입소대대로 향했다.

그리고 13:30이 되어서 입소식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인적사항 기록과 물품지급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생소한 하루가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생활관은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오래 된 시골 집의 마루장판 위에서 담요깔고 자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꼭 시골에 놀러온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새벽녘에 찬바람이 고스란이 느껴졌다. 

'아.. 역시 군대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며, 새벽 4와 5시사이에 몸을 움크린채로 계속해서 잠에서 깨다가 잠들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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